콩세알 나눔마을잔치를 다녀왔습니다.
마을잔치가 있기 전날 도봉구 지역 활동가와 어린아이들과 함께 지리산길을 걷고 토요일 오전에는 일대를 둘러보다가 오후 늦게 되어서야 마을잔치에 도착하였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서 무언가 하나씩 일을 맡아 하고 있었고, 마을잔치는 주인과 객 구분 없이 준비하는 모든 이들의 일손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삼겹살이니 목살이니 부위를 구분하지 않고 듬성듬성 썰어놓은 돼지 한 마리에 묵은 김치, 잔치임을 알리는 부침전의 기름내, 항아리 채 놓여있는 막걸리, 콩세알 마을잔치는 서울사람인 저로서는 어렸을 때 할아버지 고향인 시골에서 잔치하던 모습, 아련하게 기억 속에 있던 바로 그 모습이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으로 시작한 직거래는 짧은 기간에 20가구, 30가구로 알음알음 성장하였습니다. 도시의 나눔이들이 늘어나면서 마을에서도 몇 명의 키움이들이 참여하게 되었고, 이날의 잔치는 콩세알나눔의 1주년 자축의 놀이마당이자 마을과의 교류가 시작됨을 알리는 마을잔치로 느껴졌습니다.
집 안에서 예쁘고 맛깔나는 화전이 만들어지고, 여러 반찬들과 나물들이 준비되자 밖에서 만들어진 숯이 들어왔습니다. 드럼통을 잘라 만든 숯불구이 판 2개가 놓여지고, 기와장과 벽돌로 즉석에서 만들어진 숯불구이 판도 놓여지고. 두툼하게 썰어진 돼지고기들이 숯불에 익어가며 직접 담근 막걸리가 한순배 돌자 잔치는 한순간에 무르익었습니다.
술을 즐겨하는 저로서는 이날 놓여진 막걸리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네요. 집주인께서 직접 우리밀로 누룩을 만들고, 이천쌀로 술을 빚어서 나온 막걸리로 공장에서 나오는 막걸리와는 느낌이 전혀 다릅니다. 첨가제가 전혀 들어있지 않은 느낌, 생야채를 살짝 데쳐서 양념하지 않은 채 한입 먹었을 때의 순수한 맛의 느낌이라고 하면 그 맛을 이해 할 수 있을까요. 달지도 않고, 탄산가스도 들어 있지 않은 시원한 막걸리였습니다. 효소가 살아있는 막걸리다보니 택배는 되지 않고 오직 방문해서만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살짝 아쉽습니다.
오가는 술잔과 함께 오랜만에 보는 초록실천단 회원들과도 흥겹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또 처음보는 분들과도 즐겁게 인사하고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마당은 온통 시끌벅적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저녁 8시 마을 뒷 동산으로 둥근달이 떠오를 시간이 되었습니다. 달이 떠오르는 시간에 맞춰서 마을풍물패의 사물놀이가 준비되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의 예상과는 달리 달은 늦게까지 떠오르지 않았고, 풍물패의 사물놀이는 달을 기다리지 않고 마당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삘리리리 삐릴리
챙 채기 챙챙
둥 더러 둥둥
풍물소리에 맞춰 마당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뒤섞이어 무대가 되고 공연자와 객석이 따로 없는 하나의 마당놀이가 되었습니다. 태평소가 마당을 휩쓸고 지나갈 때 쇠와 북이 힘차게 돌고, 마당은 온통 흥겨움이 넘쳐흘렀습니다. 태평소를 부시는 분의 실력은 가히 대단하였습니다. 마을잔치에서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 좀 놀 줄 아는 분들이 모이신 마을풍물패의 수준이 아니라 잔치에 흥을 북돋고, 어린아이들과 도시인들의 굳어진 어깨까지 들썩이게 하는 놀이패였습니다.
마당에 피웠던 장작은 숯이 되어 어스름한 연기를 피워내고,
마당을 비추는 등불 하나에 흥겨운 이들의 어깨울림과 얼굴들이 드러나고,
이런 마을잔치를 처음 보았을 5 살배기 어린아이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흥을 배우고,
집 주인과 마을 주민들, 이곳을 찾은 도시인들이 함께 하는 난장이 이어졌습니다.
한바탕 놀이가 끝나고, 막걸리잔이 다시 채워질 때 뒤 늦은 달은 동산위에 저 혼자 떠있습니다.
어제연 장군의 춘향제에 참석하셨던 후손 형제분 중 동생분의 즉석 섹스폰 독주가 어두운 밤하늘에 잔잔히 울려퍼지면서 이날의 흥겨운 잔치마당은 마무리 되었습니다.(쥔장 두 분의 끈적거리는 춤사위도 볼만했습니다)
한분 한분 잠자리를 찾아서 마당을 떠나고 돼지 한 마리 혼자서 써셨다는 동네 형님과 마을 형님들과 함께 몇 명의 도시 객들은 숯이 된 장작불가에 앉아서 막걸리 잔을 주고받으면서 밤늦게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으면서 마을잔치에 이런저런 이유로 오시지 못하신 분들에게 약좀 올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왠만한 이유로 오지 못했다면 이 즐거운 잔치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큰 실수였다고 전달하고 싶었지요. 그래도 가을에 수확나눔의 행사를 준비한다고 하니 그 때는 꼭 함께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전날 지리산 길을 걷기 전에 실상사에서 도법스님을 뵈었습니다. 도법스님께서는 삶의 이치로서 “좋은 사이”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날 이곳에서 만났던 모든 분들이 정말로 좋은 사이로 이어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냥 평범할 수 있는 이야기들 속에서 오래된 지기를 만난 것 같은 느낌, 마을잔치는 정말로 즐거웠습니다. 함께하신 모든 분들, 특히 권순호님 임을재님 그리고 마을주민여러분들 감사합니다. 가을에 또 뵙겠습니다.
글/ 김낙준 회원 (도봉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