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결의 초록으로 책 한 권을 되새김질하는 사람들 - 초록독서모임
취재_이인미 편집부장
모임의 분위기, “당신 먼저 말씀하세요”
5월 21일, 윌리엄 코퍼스웨이트의 『핸드메이드 라이프』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날이다. 림프스타일(limpstyle)님은 책을 읽은 감상을 압축한 시를 한 편 써왔다. 아펙스(aphex)님과 바우보(baubo)님은 책에 밑줄을 긋거나 표시를 해왔다. 수영님은 자신에게 의미깊게 다가왔던 책 속 몇 문장들을 따로 메모해왔다. 직전 모임에서 이 책을 읽자고 제안했던 꿈순이님은 이번 모임에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정리한 A4 한 쪽짜리 문서를 작성해왔다.
모임이 시작되자 〈초록독서모임〉의 사람들은 각자가 준비해온 다양한 방식의 독서감상을, 대화를 통해 나누고 또 나누었다. 그들은 두 시간 동안 책 한 권을 자기 방식대로 되새김질하며 소화해냈다. 〈초록독서모임〉은 모임참여자가 돌아가며 다음 모임에서 토론할 책을 정한다. 작년 11월에 첫모임을 열어 격주로 모이고 있는데, 이제까지 읽은 책 중에는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 등 초록(환경)관련서적, 소설책 『모모』, 경제서적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두루 포함되어있다.
모임 서두에서, 모임의 구성원들이 간략하게 자기소개를 한 후(서로의 인터넷 아이디를 확인하며 인사를 나눔), 생활나눔이 진행되었다. 꿈순이님이 며칠 전 자살했다는 자신의 친구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주변인의 자살에 관련된 각자의 경험들이 발설되었다. 주변인의 자살 이후 겪었던 상실감, 죄책감 등의 느낌이 발표되었다. 그리고는 자살의 원인, 자살의 결과, 자살의 문제점 등에까지 토론이 확대되었다.
생활나눔 내내 사람들의 말소리는 도란도란 이어졌다.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말하자는 등 순서를 정하지도 않았는데 신통하게도 대화는 끊어지지 않았다. 누군가 말을 시작하면 그 사람의 말이 다 끝날 때까지 자기 할 말을 참고, 침묵이 3∼4초간 지속된다 싶으면 누군가가 그것을 슬며시 깨는, 그런 식이었다. 서로의 말을 말씀으로 받고, 또 자기의 말을 말씀으로 다른 이에게 드리는 식이라고나 할까….
모임의 토론방식, “그저 제 생각일 뿐이에요.”

생활나눔 끝을 타고 물 흐르듯 대화의 주제가 책 이야기로 흘러갔다. 『핸드메이드 라이프』의 글쓴이 코퍼스웨이트는 책에서, 자기가 노젓기를 즐기지만 모터를 사용하지 말자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노가 좋은 사람은 노를 이용하고, 모터보트가 좋은 사람은 모터보트를 이용하면 된다는 것, 그리고 모터가 노보다 더 나은 방법이라기보다는 ‘다른 방법’일 뿐이라는 것이 코퍼스웨이트의 생각이었다. 〈초록독서모임〉 참가자들은 그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발표했다. 비슷하거나 서로 다른 의견들을….
수영님이 불쑥 “아름다움이란 뭘까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그에 대해 골똘히 진지하게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아름다움의 내용을, 누군가는 아름다움의 차원을, 누군가는 아름다움의 지점을, 누군가는 아름다움을 보는 다양한 관점을 이야기했다. 남의 말꼬리를 잡아서 자기 말을 시작하지만, 남의 말을 끊거나 남의 말에 시비를 걸지는 않았다. 그리고 누구도 자기의 말을 정답으로 단정짓지 않았다. 모기에 물릴지언정 모기를 죽이지 않는다는 동물우호론자들의 극단적 동물보호행동이나 채식주의자들 중 몇몇 분들이 보이는 채식우월의식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나올 때조차 그러했다. 자기의 의견을 절대화하거나 비판의 칼날을 끝끝내 세워서 다른 의견을 ‘옳지 않다’고 묵살하려는 사람이 없었다. ‘어디까지나 제 의견이니까, 다른 생각도 있을 수 있지요’하는 생각 위에 이 사람들은 서있다. 이렇듯, 〈초록독서모임〉에는 사회자도 없고 지도자도 없었다.
모임의 매력이자 마력, “마흔 결의 초록으로, 저마다 다른 색깔로!”
“초록은 동색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초록은 정말 동색일까? 풀잎의 초록, 나뭇잎의 초록, 연못물의 초록, 비취 목걸이의 초록빛, 신호등의 초록불 등을 그저 초록이라는 한 단어로 확 묶어버리면 어쩐지 좀 서운한 것 같지 않은가?
미국가수 자니 캐쉬(Johnny R. Cash, 1932∼2003)는 ‘초록의 마흔 결(Forty Shades of Green)’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눈을 감아보세요. 아일랜드의 딩글(Dingle)에 떠있는 고기잡이배에서 보는 바닷물의 에메랄드 빛을 마음에 그려보세요. (…) 나는 셰논(Shanon) 강이 보고싶어요. 스키버린(Skibbereen)의 숲도, 황야와 잔디밭도. 그 초록의 마흔 결을 보고싶어요.”
사람들은 똑같은 말을 들어도 다르게 알아듣는다. 예를 들어 전(前) 대통령의 서거라는 똑같은 말을 들어도 떠오르는 느낌이 서로 다르다. 똑같은 선생님한테 배워도 학생들의 학업성적은 천차만별이다. 똑같은 재료로 똑같은 사람이 만들어도 매번 요리는 다른 맛을 낸다. 마찬가지로, 똑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들은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설령 비슷한 생각을 하더라도, 좀더 파고들어가보면 어디에선가는 차이를 드러낸다. 그러니까 정말로 초록은 동색이 아니다. 그런데 또 완전히 별개의 다른 색도 아니다.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 그리고 의견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단일한 결론(합의점)을 찾아내는 걸 목표로 삼지 않고, 시간과 공을 들여 서로의 다름을 듣겠다고 작정한다면 얼마든지 다른 의견들은 발표되고 소통될 수 있다.
모임의 감격, “존중받는다는 느낌!”
〈초록독서모임〉은 그런 의미에서, 서로의 다름을 흥미로워하고 감사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동조하는 의견이 나올 때나 반대하는 의견이 나올 때나 〈초록독서모임〉 사람들은 서로를 존중한다. 때문에, 남과 반대되는 의견을 주장할 때조차 공격과 반격이 오가지 않는다. 서로 조금씩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음을 이해하고, 혹여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와중에 자신이 잰 체한 것은 아닌가 수시로 점검하며 겸손하게 대화를 나눈다.
모임 말미에, 림프스타일님이 농담처럼 말했다. “이 모임에 오면 내가 과대평가받는 느낌이에요.” 필자가 직접 모임에 참여해본 소감으로는, 이 모임이 어떤 사람을 특별히 과대평가하거나 비위맞춘다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인정한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그래서 그분의 말은 “우리가 이제까지 타인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지고 들려지기보다는 과소평가받거나 평가절하되거나 무시당해왔는데, 그런 현실을 당연시해온 것은 아닐까요?”하는 질문으로 들린다.
환경·생태관련 책 또는 출간당시 화제가 되는 책을 읽으며 대화하고 싶거나, 있는 그대로 자기를 인정받으며 대화하고 싶은 분들은 이곳을 찾아가보기 바란다. http://koreagreens.tistory.com 꿈순이님, 림프스타일님, 아펙스님, 바우보님, 수영님과 만나고 싶은 분들도 물론 가보시길!
*직접가서보기: <새가정> http://www.ncchome.or.kr
여성, 가정, 신앙 전문지 <새가정> 7.8월호 실림.
취재_이인미 편집부장
5월 21일, 윌리엄 코퍼스웨이트의 『핸드메이드 라이프』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날이다. 림프스타일(limpstyle)님은 책을 읽은 감상을 압축한 시를 한 편 써왔다. 아펙스(aphex)님과 바우보(baubo)님은 책에 밑줄을 긋거나 표시를 해왔다. 수영님은 자신에게 의미깊게 다가왔던 책 속 몇 문장들을 따로 메모해왔다. 직전 모임에서 이 책을 읽자고 제안했던 꿈순이님은 이번 모임에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정리한 A4 한 쪽짜리 문서를 작성해왔다.
모임이 시작되자 〈초록독서모임〉의 사람들은 각자가 준비해온 다양한 방식의 독서감상을, 대화를 통해 나누고 또 나누었다. 그들은 두 시간 동안 책 한 권을 자기 방식대로 되새김질하며 소화해냈다. 〈초록독서모임〉은 모임참여자가 돌아가며 다음 모임에서 토론할 책을 정한다. 작년 11월에 첫모임을 열어 격주로 모이고 있는데, 이제까지 읽은 책 중에는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 등 초록(환경)관련서적, 소설책 『모모』, 경제서적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두루 포함되어있다.
모임 서두에서, 모임의 구성원들이 간략하게 자기소개를 한 후(서로의 인터넷 아이디를 확인하며 인사를 나눔), 생활나눔이 진행되었다. 꿈순이님이 며칠 전 자살했다는 자신의 친구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주변인의 자살에 관련된 각자의 경험들이 발설되었다. 주변인의 자살 이후 겪었던 상실감, 죄책감 등의 느낌이 발표되었다. 그리고는 자살의 원인, 자살의 결과, 자살의 문제점 등에까지 토론이 확대되었다.
생활나눔 내내 사람들의 말소리는 도란도란 이어졌다.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말하자는 등 순서를 정하지도 않았는데 신통하게도 대화는 끊어지지 않았다. 누군가 말을 시작하면 그 사람의 말이 다 끝날 때까지 자기 할 말을 참고, 침묵이 3∼4초간 지속된다 싶으면 누군가가 그것을 슬며시 깨는, 그런 식이었다. 서로의 말을 말씀으로 받고, 또 자기의 말을 말씀으로 다른 이에게 드리는 식이라고나 할까….
모임의 토론방식, “그저 제 생각일 뿐이에요.”
생활나눔 끝을 타고 물 흐르듯 대화의 주제가 책 이야기로 흘러갔다. 『핸드메이드 라이프』의 글쓴이 코퍼스웨이트는 책에서, 자기가 노젓기를 즐기지만 모터를 사용하지 말자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노가 좋은 사람은 노를 이용하고, 모터보트가 좋은 사람은 모터보트를 이용하면 된다는 것, 그리고 모터가 노보다 더 나은 방법이라기보다는 ‘다른 방법’일 뿐이라는 것이 코퍼스웨이트의 생각이었다. 〈초록독서모임〉 참가자들은 그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발표했다. 비슷하거나 서로 다른 의견들을….
수영님이 불쑥 “아름다움이란 뭘까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그에 대해 골똘히 진지하게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아름다움의 내용을, 누군가는 아름다움의 차원을, 누군가는 아름다움의 지점을, 누군가는 아름다움을 보는 다양한 관점을 이야기했다. 남의 말꼬리를 잡아서 자기 말을 시작하지만, 남의 말을 끊거나 남의 말에 시비를 걸지는 않았다. 그리고 누구도 자기의 말을 정답으로 단정짓지 않았다. 모기에 물릴지언정 모기를 죽이지 않는다는 동물우호론자들의 극단적 동물보호행동이나 채식주의자들 중 몇몇 분들이 보이는 채식우월의식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나올 때조차 그러했다. 자기의 의견을 절대화하거나 비판의 칼날을 끝끝내 세워서 다른 의견을 ‘옳지 않다’고 묵살하려는 사람이 없었다. ‘어디까지나 제 의견이니까, 다른 생각도 있을 수 있지요’하는 생각 위에 이 사람들은 서있다. 이렇듯, 〈초록독서모임〉에는 사회자도 없고 지도자도 없었다.
모임의 매력이자 마력, “마흔 결의 초록으로, 저마다 다른 색깔로!”
“초록은 동색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초록은 정말 동색일까? 풀잎의 초록, 나뭇잎의 초록, 연못물의 초록, 비취 목걸이의 초록빛, 신호등의 초록불 등을 그저 초록이라는 한 단어로 확 묶어버리면 어쩐지 좀 서운한 것 같지 않은가?
미국가수 자니 캐쉬(Johnny R. Cash, 1932∼2003)는 ‘초록의 마흔 결(Forty Shades of Green)’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눈을 감아보세요. 아일랜드의 딩글(Dingle)에 떠있는 고기잡이배에서 보는 바닷물의 에메랄드 빛을 마음에 그려보세요. (…) 나는 셰논(Shanon) 강이 보고싶어요. 스키버린(Skibbereen)의 숲도, 황야와 잔디밭도. 그 초록의 마흔 결을 보고싶어요.”
사람들은 똑같은 말을 들어도 다르게 알아듣는다. 예를 들어 전(前) 대통령의 서거라는 똑같은 말을 들어도 떠오르는 느낌이 서로 다르다. 똑같은 선생님한테 배워도 학생들의 학업성적은 천차만별이다. 똑같은 재료로 똑같은 사람이 만들어도 매번 요리는 다른 맛을 낸다. 마찬가지로, 똑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들은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설령 비슷한 생각을 하더라도, 좀더 파고들어가보면 어디에선가는 차이를 드러낸다. 그러니까 정말로 초록은 동색이 아니다. 그런데 또 완전히 별개의 다른 색도 아니다.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 그리고 의견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단일한 결론(합의점)을 찾아내는 걸 목표로 삼지 않고, 시간과 공을 들여 서로의 다름을 듣겠다고 작정한다면 얼마든지 다른 의견들은 발표되고 소통될 수 있다.
모임의 감격, “존중받는다는 느낌!”
〈초록독서모임〉은 그런 의미에서, 서로의 다름을 흥미로워하고 감사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동조하는 의견이 나올 때나 반대하는 의견이 나올 때나 〈초록독서모임〉 사람들은 서로를 존중한다. 때문에, 남과 반대되는 의견을 주장할 때조차 공격과 반격이 오가지 않는다. 서로 조금씩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음을 이해하고, 혹여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와중에 자신이 잰 체한 것은 아닌가 수시로 점검하며 겸손하게 대화를 나눈다.
모임 말미에, 림프스타일님이 농담처럼 말했다. “이 모임에 오면 내가 과대평가받는 느낌이에요.” 필자가 직접 모임에 참여해본 소감으로는, 이 모임이 어떤 사람을 특별히 과대평가하거나 비위맞춘다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인정한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그래서 그분의 말은 “우리가 이제까지 타인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지고 들려지기보다는 과소평가받거나 평가절하되거나 무시당해왔는데, 그런 현실을 당연시해온 것은 아닐까요?”하는 질문으로 들린다.
환경·생태관련 책 또는 출간당시 화제가 되는 책을 읽으며 대화하고 싶거나, 있는 그대로 자기를 인정받으며 대화하고 싶은 분들은 이곳을 찾아가보기 바란다. http://koreagreens.tistory.com 꿈순이님, 림프스타일님, 아펙스님, 바우보님, 수영님과 만나고 싶은 분들도 물론 가보시길!
*직접가서보기: <새가정> http://www.ncchome.or.kr
여성, 가정, 신앙 전문지 <새가정> 7.8월호 실림.



